-
작년부터 다른분야의 새로운것들을 접하고싶은 욕망이 넘쳐 흐르고 있는데, 큰 회사에서는 그런 기회를 갖는것이 어려운것이 사실입니다. 뻔뻔하면 가능할것 같긴 한데, 제가 그렇게 뻔뻔하지도 못하다 보니, 회사에서는 일에 관련된 것들 위주로 할 수 밖에 없더군요. 게다가 워낙 팀이 세세하게 나눠지다보니, 우리팀은 ABR 비디오 시큐리티에 몹시 집중 하고 있습니다. 사실 DASH ISO가 상용화 단계에 이른 지금, ABR 비디오쪽만 드립다 파더라도 끝도 없다는것은 알지만, 그보다는 ABR이라는 프레임이 조금 지겨워진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이런저런 회사에 꾸준히 지원을 했지만, 전부 낙방했지요.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높은 스탠다드를 둔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것을 하고싶어서 이직하는것이 가장 큰 이유면서도, 원하는 연봉의 기준을 낮추고싶지는 않다는 이중적인 마음을 떨쳐 버리기가 참 힘들더군요. 그러다보니 테크쪽도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같은곳만 지원하게 되고.. 그 외의 분야는 금융쪽만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세상에 열정으로 가득찬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원해서 남들보다 반짝일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8월 말에 리쿠르터를 통해 제안받은 스타트업 포지션이 있었습니다. 그때 부모님이 오셔서 2주간 머무실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하고 거절했었죠. 그런데 부모님이 귀국하시고 또다시 연락이 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뭐랄까, 너무 재밌을것 같은겁니다. 저의거의 모든 관심사가 집중되어 있달까요. 게다가 하는 일과 크게 상관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C++ 개발자를 찾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번 지원해 보겠다고 했죠.
며칠후 전화인터뷰를 하고싶다는 연락을 받고, 한시간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스타트업과의 인터뷰는 처음이었는데,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와의 연관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구지 C++엔지니어를 뽑는 이유에 대한 대답을 듣고, 이 회사는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와서, 온사이트인터뷰일정이 잡혔습니다. 워낙 괴물같은곳을 몇번 갔다와서인지 전혀 긴장도 안되고.. 아무 준비 없이 가서 디렉터와 차한잔 하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나에 대해서 화이트보드 한가득 설명하고, 그들의 회사에 대해서 또한바탕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재밌었습니다. 1시간 일정이었는데 2번의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3시간이 지났더군요. 각각 1시간 30분씩 소요된 셈이죠.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아닌, 진짜 사람대 사람으로 엔지니어대 엔지니어로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은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회사는 Series B 펀딩을 마치고 이미 프로핏을 내고 있는 미국 회사인데 유럽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영국에서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것처럼 맨땅 스타트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국팀은 현재 4명밖에 고용되지 않은 상태였지요.
멤버중 저를 인터뷰한 두명은 오라클에서 25년, 17년 일한 노장들인데, 오라클 나오고서야 접하고 있는 요즘 기술이 너무 재밌다면서 아이처럼 이야기 하는게 인상깊었습니다. 저또한 요즘 nodejs, webkit, vagrant, docker, angularjs 등등에 관심이 많은데, 회사에서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혼자서 끄적대고 있었는데 그사람도 그런것들이 재밌나보더라구요. 사실 저도 웹은 거의 13년 만에 들여다보는건데, 백엔드고 프론트엔드고 말도안되게 변해버렸으니 신기할 정도입니다. 덕지덕지 붙은 프레임웍은 물론 거부감이 들지만... 그렇게 이런저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고는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그저꼐, 미국본사의 엔지니어들과의 화상 인터뷰 스케쥴 잡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45분씩 4명하고 한다고 하는데, 인터뷰 스타일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네요. 솔직히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인터뷰 프로세스가 간단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서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페이스북과 인터뷰 했을 때, 전화 인터뷰까지 다 합쳐서 대충 7번의 인터뷰를 봤거든요. 근데 여기도 이미 벌써 3번 보고 앞으로 4번 더본다니 좀 놀랍더군요. Bar가 높다는게 오히려 안심이 되는 부분입니다만, 시스코를 떠나면서 스타트업으로 가는데 이정도로 노력할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복잡 미묘 합니다.. ㅎㅎ
하지만 고인 물은 썩고, 지금 가진 기술로 평생 먹고살수 있는 세상이 끝난지는 한참 지났으니, 지금 큰 회사에서 쉽고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안주하는건 몹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20세때 선배가 하는 벤쳐 기업에서 판자 깔고 자는 폐인 생활 하면서 다진 가닥으로 지금까지 버텼으니, 지금 또 한번 전쟁터로 나가서 칼을 갈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든 너무나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인터뷰 이후로 또한번 흥미진진한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뭐든 진전이 있으면 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해외취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트업 8개월차, 이사, 생활의 변화 (14) 2016.08.19 AWS (Amazon Web Service)의 살벌한 사용료 (2) 2016.03.30 새로운 시작 (9) 2015.11.10 스타트업 기회 - 인터뷰 후기 (4) 2015.10.30 아마도 마지막 인터뷰 후기 (블룸버그/모건스탠리/유뷰) (6) 2015.08.21 아마존, 모건스탠리 인터뷰 경험 (4) 2015.08.06 동시에 생긴 인터뷰 기회 (2) 2015.06.23 페이스북 인터뷰 (6) 201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