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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왜그랬을까
    해외취업이야기 2012. 12. 5. 20:07

    한국을 떠난게 2010년이니 갓 30살이 되던 해였다. 그때까지 난 내 삶의 바쁘고 고단함에 대해 회의감을 많이 느끼며 살았었고, 그저 월급명세서와 통장에 쌓이는 돈이 내가 관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것이라고 단정짓고 살아온것 같다. 부모님이 주시는 밥보다 식당에서 먹는밥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고, 요리같은거 할 시간에 자기계발에 더 투자하는게 이득이라고 믿었다. 심지어 대학원 시절 2년간 자취할때도 요리라는걸 해먹은적이 손에 꼽으니. 빨래나 다리미질도 스스로 하지 않고, 부모님의 도움을 그냥 계속 받기만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한심한 반쪽짜리 인간이 아니었나 싶다.


    영국에 와서 처음 겪는 외국에서의 사회생활, 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더 값진 경험들.

    그건 바로 모든것을 스스로 해야하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집을 얻고, 집세를 내고, 관리비를 내고, 주거 세금을 내고, 청소를 하고, 고장난 곳이 있으면 손보고. 주기적으로 요리재료를 사고, 무슨요리를할지 고민하고, 인터넷을 찾아서 연습해보고, 수많은 실패 끝에 이제야 꽤 군침도는 요리를 할 수 있게 되고. 빨래를 하고, 냄새안나게 말리고, 입을때 모양이 나도록 접고, 다림질을 하고. 차를 사고, 보험을 내고, 세금을 내고, 간단한건 직접 수리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주기적으로 버리고, 음식물쓰레기 냄새 안나게 잘 처리하고.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삶. 도움을 청할 부모님은 지구 반대편에 계시기에, 자연히 능동적으로 부딛히게 되는 삶.


    이런 것들은 혼자 생활하는 분들은 다들 경험하며 사는 평범한 것들이겠지만, 나는 한국에 있을때 뭔가에 홀린듯이, 이런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고 살았었다. 부모님 댁에 신세를 지며, 해주시는 밥을 먹고, 빨아주시고 다려주신 옷을 입고. 아버지가 모든걸 다 처리해주시는 차를 타고. 그러면서도 나는 그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것 같다. 내가 열씸히 일하는것 만으로 그 모든걸 상쇄 시키고 있다는 안일한 착각속에서. 마치 경주라도 하듯이 돈 한푼이라도 더 모아서 남들보다 더 빨리 자리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만약 한국에서 그렇게 지내다가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했다면 나는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었을까? 스스로 좋은 남편이라고 착각하며 살면서, 문제는 전부 배우자 탓으로 돌리는 그런 인간이 되진 않았을까.


    영국에서 2년반동안 얻은 무엇보다도 이게 가장 값진 재산인 것 같다. 너무 늦게 깨달았고, 너무 늦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더 소중함도 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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