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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sco 성과 NDS 마을
    해외취업이야기 2013. 4. 10. 21:10

    어린 시절, 그러니까 풋내기 개발자 시절에, 내가 다니는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같은 곳에 팔리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그 험난하다는 인터뷰 절차를 정면으로 뚫지 않고도 프로그래머로써 가지고싶은 타이틀인 "대단한 글로벌회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여러 기회를 통해 미국으로 발령나가서 인정받고 결국에는 나의 경력은 화려하게 장식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학부부터 석사까지 쭈욱 네트워크관련해서 일과 공부를 해온 터라, Cisco는 내게는 꿈의 회사였고, Cisco 코리아는 실제 R&D를 하지 않는것으로 알고있기에 그 회사에서 일한다는건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시스코의 인력 채용 프로세스도 마소나 구글 못지 않게 스탠다드가 높기에, 나같은 무지랭이가 감히 이력서라도 낼 염치가 있을까 정도 생각해보는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게 현실로 일어났다. 작년에 내가 영국에서 다니던 회사가 Cisco에 합병 되었다. 음 이게 바로 무임승차인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분좋은 사건이었다.


    회사가 Cisco에 합병 되어서, 대외적으로든 대내적으로든 Cisco의 직원이니, 시스코 메일, 시스코 뱃지, 시스코 명함 모두 자랑하고 싶었다. 볼때마다 뿌듯했다. 그렇지만, 곧 알게 되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오리지널 시스코 멤버들과 내가 똑같이 대접받고자 하는건 욕심이라는 것. 그들은 오리지날리티를 가진 성골로써 성에 살고있고, 나는 주소지는 성이지만 실제로는 성곽 밖의 마을에 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


    지금까지 시스코에 합병된 회사는 약 백여개. 우리회사는 그중에서도 탑2안에 드는 대규모 합병이었기에 좀 다른 케이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느기는건 우리가 성골이 아니라는 점은 확연히 눈에 띈다라는 점이다. 하는 일 자체도 그대로고, 부서 자체가 분리 되어 있기에 시스코의 겉옷만 더 입었을 뿐 회사 자체는 그대로이다. 2년전인가 합병된 인코더 회사가 있는데, 요새 프로젝트 통합하느라고 같이 일하고 있다. 그들도 아직도 원래의 구조 및 구성원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고, 아직도 "인렛 팀" 이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우리회사는 통채로 SPVTG라는 그룹에 편입 되었기 때문에 결국 이 그룹안에 있는 한 성골은 아닌거다. 결국 만약 5년정도 일하고 이력서에 "Cisco SPVTG R&D" 라고 적는다면, 모르는사람은 모르지만 아는사람들은, 아 이냥반 성골은 아니구만! 하고 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얼마 안되었으니까 그렇다 치고, 몇년동안 잘 버티면서 시스코 다른 지사로 차차 옴겨가며 결국 성골들의 성으로 진입하여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볼수 있다. 하지만 내 대답은 NO이다. 나는 Cisco직원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성골들의 성으로 들어가려면 그들의 퀄리피케이션을 갖춰야 한다. 인터뷰도 그쪽 수준에 맞게 새로 보기 때문에 안에서 옴기는것과 밖에서 새로 들어오는것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 물론 때로는 팀간의 합병이 일어나기도 하니, 정말 운이 좋거나 실력이 좋은 사람은 성골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서, Cisco/Google/Microsoft같은 회사의 뱃지를 다는건 그렇게 엄청나게 어려운걸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 회사들의 "성골"이 되기는 어렵지만 합병된 회사쪽으로 들어갈때는 결국 스탠다드가 약간이나마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성의 주변 마을주민이 되는거로도 영광이고 행복하다거나, 능력을 보여서 추후 성안으로 진출할 자신이 있다면, 이런 루트를 타는것도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런 케이스중 하나가 스카이프이다. 스카이프는 제작년 MS에 합병 되었다. 요즘 마이크로소프트 스카이프에서 연락이 몇번 왔는데, 한국에서 하던일과 비슷하면서 엄청 흥미진진한 프로젝트가 있다며 지원해보길 권유하길래 관심을 표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합병된회사의 원래 성향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걸 시스코에서 깨달은 후라서그런지, 스카이프에 들어가더라도 MS다닌다는 느낌이 크게 날것 같지 않다. 단 동일한 이유로, 스카이프에 도전하는게 마소에 도전하는것처럼 큰 부담으로 안느껴진다는 것도 사실이다. 내 허접한 능력으로는 쉽지 않을것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시스코에서의 이 독특한 경험이 없었으면, "아 내 수준에 어떻게 마소에 들어가지?"라는 생각으로 아예 겁을 먹거나, 만에하나 들어간다면 "아 내가 마소에 들어갔어! 난 마소 스탠다드인가봐!!" 라는 약간 과장된 생각을 하게 되었을것 같다.


    끊임없는 불확실성을 즐기는게 내가 사는 방식이니, 어찌 되었든 이런 이벤트는 생겨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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