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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개월 만의 보너스와 연봉인상!
    해외취업이야기 2011. 7. 11. 20:05

    우리 회사는 7월부터 신규 업무 년도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 시기를 기준으로 업무평가, 연봉조정 등이 이루어 진다. 나는 작년 8월 말에 입사하였으므로 이제 10달이 조금 넘는 기간을 NDS에서 일하였다.


    사실 한국에서 전문연구요원을 할 때에는 연봉 협상이라는것이 상당히 즐겁고 흥분되는 이벤트였다. 누구보다 더하면 덜했지 못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항상 연봉 협상때에는 당당했고 원하는 만큼 요구할 수 있었다. 매년 15% 이상 연봉을 올리면서도 너무 적다고 생각해서 이직을 꿈꾸기도 하는 젊은 피였다.. ㅋㅋ


    하지만 영국에서는 달랐다. 나는 의사소통 능력도 남들보다 많이 딸리고, 업무 방식과 기업문화에도 너무나 무지한 외쿡인 로동자일 뿐이다. 회사의 주를 이루는 영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인, 미국인, 인도인과 중국인에 비해서도 훨씬 더 문화적 거리감이 있는 far-east에서 프로그래밍 능력 하나만 믿고 영국에 온 괴짜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그런 환경에서, 일할때마다 항상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것인지 불안해 했고 내가 이룬 성과는 내 눈에는 그럴싸 할지 몰라도 저들이 보기에는 초라할 수도 있을것이라는 마음을 항상 갖고 지냈다. 또한 보너스를 안주거나, 연봉을 안올려줄 때 예의바르고 논리적이면서도 내 의지를 표출 하기에 가장 적절한 액션이 무엇인지를 모르므로 다른 직원들만큼 적절히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4월에 진행된 업무 평가 보고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있는일 없는일 다 긁어모아서 꼼꼼히 작성해서 남들보다 훨씬 빨리 제출 해 버렸다.


    지난 6월에는 신규 업무년도가 다 되어 가는데도 연봉 이야기 하자는 말도 한번도 안하는 매니저가 야속해서 한달간 이고민 저고민 하면서 지냈다. 연봉 올려달라고 말해볼까? 이직 준비를 할까?..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날 줄 몰랐다. 퇴근하던 버스에서 만난 중국인 동료에게 용기를 내서 지난 몇년간의 연봉 협상 경험을 물어보니, 연봉 협상이라는것이 가능 하기는 한거냐면서 자기는 물가 상승률조금 못되게 올려주는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출퇴근시에 만나는 몇몇 동료들과, 영국에서 일하고 계신 형님들에게 조언을구하니, 먼저 올려달라고 하지 않으면 먼저 올려주거나 하지는 않을것이니 연봉이 맘에 안들면 주저하지 말고 매니저에게 요구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에 Group Manager인 Martin에게 메일을 썼다. 


    "다음 업무년도의 내 연봉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언제가 좋은가?"


    Martin의 답장은 다음과 같았다.

    "사실은 내가 너를위해서 이미 연봉인상 요청을 해놓았는데 아직 승인 레터가 안왔다. 레터가 오면 그때 이야기했으면 하는데 괜찮겠냐?"

    나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요청을 해 놓았다는 답변에 약간 놀라면서도, 동료가 말했던 물가 상승률 정도 인상을 요청해 놓았다는 말인가보다 하는 추측도 했다. 어쨌든 그후에 말하고 싶다고 하니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마틴이 나를 회의실로 불러서 "그동안 수고 많았다, 앞으로도 잘하자.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라면서 레터를 건네 주었다. 씨익 웃고 악수를 청한 후 봉투를 들고 나온 나는 봉투를 들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뼛속까지 한국사람인 나는 아무래도 내자리에서 봉투를 뜯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화장실에서 뜯어본 레터에는 £2600의 보너스와 8.6%의 연봉인상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는 기쁜 나머지 히딩크의 어퍼컷을 한번 날린 후 기쁜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내가 지난 10개월을 뻘짓한게 아닌건 확실하고 오히려 가능성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개가 무량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한편으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정도 올려 줬으니, 조금 더 튕기고 불만을 토로하면 15%까지는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머나먼 나라에서 맨몸으로 온 나를 믿고 받아준 회사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나를 위해 연봉 인상을 제의해준 Martin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서 그러한 생각은 접었다.


    내년에는 15% 인상과 Senior Software Engineer로 승진하는 것을 노려볼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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