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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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목마른 요즘.해외취업이야기 2013. 3. 19. 21:30
요새는 회사 생활이 조금 지루합니다. 한 회사에 어느정도 오래 있다보면 지루해지는건 당연하겠지만, 한국에서 느끼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달리 표현하면, 뭔가 슬슬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 가는 것 같고 발전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것이 느껴집니다. 작년에 Senior로 승진하고부터는, 맏는 일들에 점차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는데, 둘다 내가 한국에서 겪었던 것들과는 매우 다르게 다가와서 부담스러운데다가 언어적인 장벽이 더욱더 크게 느껴지네요. 그러다보니 일을 팍팍 추진하지 못하고 지지부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반동안 구현한 인크립터 서버가 있습니다. 외국에서의 경험도 얼마 없는데 이정도 규모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다수의 팀원들과 함께 맨바닥부터 개발하게 된걸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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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취업이 능사일까?해외취업이야기 2013. 2. 26. 21:00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을 사랑하고,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은 수준 높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들중 일부는 운과 실력이 맞아들어가서 더 좋은 직장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꿈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프로그래머로써의 자부심을 잃은지 오래이고, 현 직장에 대한 푸념과 치킨집에 대한 농담으로 아까운 시간을 채워 가고 있다. 상사에 치이고, 동료에 치이고, 갑질하는 몹쓸것들에게 치이는것도 모자라서, 업무 강도와 시간에 비하여 금전적인 보상이나 사회적 지위는 점점 떨어지니 틈틈히 치킨 튀기는 법을 공부하거나 황금빛 미래를 꿈꾸며 스마트폰 앱 제작 같은것에 매진하다가 밤을 새서 회사에서 꾸벅꾸벅 조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스스로가 그 분야를 공부했고 그 직종을 선택했고 그 회사를 선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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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취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해외취업이야기 2013. 2. 2. 05:46
[Source] 블로그에 오시는 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메일을 받으면 신기하다. 대부분이 영국 취업에 대한 질문이나, 프로그래머로써의 인생 그림을 그리는데 조언을 구하는 메일들이다. 내가 프로그래머로써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영국취업 관련해서는 방법(?)이 계속해서 바뀌기때문에 도움이 되는 답장을 잘 드리지 못한거 같아 죄송할 따름이다. 일하면서 조금씩 답장을 쓰지만 결국 답변은 대부분 비슷한것 같다. 내가 겪은게 이만큼밖에 안되고, 내 실력이 이게 전부이니 나오는 답도 그 수준을 넘지 못한다. 다만 한국에 계신 학생들이나 직장인분들이 제 누추한 블로그를 읽고 행여나 선입견 혹은 환상을 먼저 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다. 외국에서 일하는것이 대단한것도, 모든게 다 만족스러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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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왜그랬을까해외취업이야기 2012. 12. 5. 20:07
한국을 떠난게 2010년이니 갓 30살이 되던 해였다. 그때까지 난 내 삶의 바쁘고 고단함에 대해 회의감을 많이 느끼며 살았었고, 그저 월급명세서와 통장에 쌓이는 돈이 내가 관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것이라고 단정짓고 살아온것 같다. 부모님이 주시는 밥보다 식당에서 먹는밥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고, 요리같은거 할 시간에 자기계발에 더 투자하는게 이득이라고 믿었다. 심지어 대학원 시절 2년간 자취할때도 요리라는걸 해먹은적이 손에 꼽으니. 빨래나 다리미질도 스스로 하지 않고, 부모님의 도움을 그냥 계속 받기만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한심한 반쪽짜리 인간이 아니었나 싶다. 영국에 와서 처음 겪는 외국에서의 사회생활, 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더 값진 경험들.그건 바로 모든것을 스스로 해야하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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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co로부터의 새 계약서해외취업이야기 2012. 11. 28. 09:40
오늘 드디어 Cisco로부터 새 계약서를 받았다. 앞으로 2주동안 검토하고 sign하여 HR에 제출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다. 좋은소식은, 걱정했던 Job Grade가 나쁘지 않게 나왔다는 것이다. Cisco에는 Senior, Principal 등이 없고 모두 engineer 인데 그 대신 Grade가 있다. Software engineer I, II, III, IV 식으로 말이다. 회사의 대부분 Senior들은 III를 받았는데 나도 마찬가지로 III을 받게 되어서 한 시름 덜었다. 한 등급 내려서 주지 않을까 염려 했었는데 말이다, 또 한가지 즐거운 일은, 연봉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작년 performance기준으로 가장 높은 레벨의 업무평가를 받은 사람만 보너스 차액 만큼 인상시켜 줬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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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해외취업이야기 2012. 11. 26. 20:08
미국지사는 이미 완료 되었지만 영국지사는 아직 Cisco on boarding 의 막바지에 있다. 이번주 내로 새로운 Contract이 나오고, 검토후에 사인만 하면 1월부터는 새로운 계약으로 다시 시작한다. 요즘 이런 저런 미팅과 설명회로 일에 방해가 될 정도이다. 툭하면 컨퍼런스룸에 모이고, 툭하면 온라인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등 귀찮은 상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마디로 "다 좋아지는거야. 걱정할 것 없어. 불만은 다 해결해줄게." 라는 식의 설득(?) 과정을 거치는데, 매우 합리적인 방법으로 오랫동안 진행되는 모습은 신뢰가 가지만, 나는 원래 그런거 별로 관심이 없어서 지루할 따름이다. 그냥 연봉이나 올려주지. 며칠전 매니져 앤디가 팀원을 회의실로 불러서는, 우리팀 핵심 멤버 그램이 퇴사한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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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해외취업이야기 2012. 9. 22. 00:43
승진도 하고, 회사도 더 좋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일도 점점 핵심에 가까운 쪽으로 하게 되고, 다른 시니어들도 나에게 의존하는부분이 점점 많아진다. 기대만큼 멋지진 않지만, 커리어가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가고 있는요즘. 겨우겨우 회사에서 어느정도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니, 슬슬 곳곳에서 솔깃한 제안이 들어온다. 높은 연봉이나 더 좋은 네임벨류, 좋은 위치를 가진 곳의 기회들이 자꾸만 주변을 서성거린다. 인생은 항상 이런식이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인데, 여기는 나를 알아주지 않아. 나를 제대로 대우 해주는 곳으로 가지 않는다면 나만 손해야" 라는 착각을 끊임 없이 갖게 만든다. 20대초반에 처음 회사를다니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주제에 스스로와 한 약속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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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가 영국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이유해외취업이야기 2012. 5. 11. 19:52
전에 언급한적도 있었던 그 바스라는 동료가 해고 당했습니다. 여러가지로 실력이 모자라기는 했어도, 늦게까지 일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기에 설마 이렇게 될줄은 예상도 못했습니다. 어제 점심에 앤디가 바스자리로 와서 별 말 없이 계속 서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하느라 바뻐서 흘깃 보다 말다 하고 있었는데, 바스가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물건 챙기는 동안 둘 사이에는 아무 대화도 없었습니다. 분명 분위기가 이상했는데, 주위에 있던 동료들은 전혀 관심 없다는듯 평소보다 더 조용히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그러다가 앤디와 바스는 함께 나갔습니다. 그제서야 개러스한테 무슨일이냐고 입모양으로 물어봤더니, 개러스 역시 단순한 제스쳐로 대답했습니다. 목에 손가락을 긋는 모양으로요. 해고 됐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