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외취업이야기] 서구권 문화에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
    해외취업이야기 2019. 10. 18. 01:48

    지난 두달간 내가 리딩하고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상당히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데, 여러 나라에서 여러 팀이 함께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다보니 컨택포인트가 많고 확실한 오너가 없는 피곤한 프로젝트다. 요는, 우리팀에서 개발할 사항인데 미국의 팀에서 대신 개발하고 나는 프로젝트 아키텍팅 디자인 테크리드를 겸하게 되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그렇게 대단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우리가 미워하는 말못할 한 나라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프로젝트라고만 밝힌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 내가 직접 구현까지 했다면 훨씬 간단했을 프로젝트이다. 우리쪽 아키텍쳐와 코드는 내가 잘 아니까. 그런데 어쩌다보니 개발 및 개발매니지먼트를 미국 시애틀의 팀이 하게 되었고 나는 그 팀이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포지션을 맏게 된 것이다. 그덕분에 프로젝트 플래닝 미팅 단계부터 들어가서 요구사항, 개발을위한 디자인도큐먼트, 두명의 다른 팀 엔지니어가 개발에 착수하고 완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온보딩 과정과 테크리딩 그리고 매니져들에게 진행사항을 확인 (이라고 쓰고 안심시킨다고 말한다) 시키기 위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까지 겸하고 있다.

     

    재미있는 경험이다만, 이 비효율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내가 그냥 하면 일주일인데 이걸 다른팀의 두명 (+1명 더) 이 하도록 하기 위해 문서를 쓰고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하는 시간으로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다니 말이다. 게다가 이슈가 있을때마다 나만 바라보는 두명의 다른팀 개발자들을 위해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새처럼 미국의 다른팀과 싸워서 답변을 낚아와야 했다.

    어찌되었건 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우리팀의 새로운 디바이스 론칭 프로젝트가 겹쳐서 나는 힘겨운 이중생활을 해야 했다. =_= 우리팀은 내가 얼마나 빡센지 이해하지 못하고... 이 프로젝트에는 나의 바쁨을 하소연할수 없었기에 오히려 여유있는 척 웃음으로 일관하던  지난 한달 반이 지나고 .. 이제는 다른팀 친구들이 어느정도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 할수 있게 되었다. 그중 한명은 2주간 런던에 와서 고생 많이 했는데, 똑똑하고 부지런한 친구라서 앞으로는 스스로 리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까지가 서론이다. -_-

    어제 프린시펄과 시니어 매니저들과 프로젝트 경과보고 및 블록커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 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자료를 유심히 보니까 프로젝트의 우리쪽 파트의 테크리드에 내가 없는것이었다. 그간 내가 니들 하드캐리 했는데 이건 무슨당혹스러운.. 뭐 대단한건 아니더라도 아무것도 안남으면 개억울하지 않은가.

    그래서 미팅을 마치고 시니어 매니저에게 정중한 이메일을 보내서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고, 시니어매니져가 실수인것 같다고 정정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주 미팅때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겠음.. ㅋㅋ

     

    서구권 국가에서 일할때는 자기 밥그릇 자기가 챙겨야 한다. 누가 알아서 해주는거 절대로 기대하지 말고 알아서 열심히 챙기고 내가 잘한것은 반드시 티를 내야한다. 티내는 방식은 조금 신경 써야겠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것은 바보짓이다.

    "박대리 그동안 고생했어 승진 해야지.. " 이런거 없다. 내가 이룬 작은 '성공' 들을 주 단위로 노트패드에 잘 기록해 놓아야한다. 그리고 언젠가 승진을 하고자 할때 근거자료로 사용해야 한다. 이게 일주일에 한번 적는것도 게으르면 못한다. 내가 그래서 못적어서 기억 안나는게 한두개가 아니고 승진 프로세스를 시작하려니 아티펙트 준비가 너무 귀찮아서 엄두가 안난다.

     

    개인프로젝트로 성공해서 조기 은퇴하는게 나의 목표인데... 😅😅

     

    이번에 함께 일한 미국팀 시니어매니저는 권의의식도 없고 진짜 젠틀하고 사람이 좋은 것 같다. 어쩌면 내 성향상 미국사람들하고 일하는게 더 즐거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좀 급한 일이나 민감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느끼는건데, 유러피언들과 런던의 영국인(런던의 영국인은 확실히 다르다.) 들과 일할때 피곤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영국인은 영국인대로 동유럽친구들은 동유럽친구들대로 어그레시브함이 있고, 이들하고 제대로 논쟁하려면 성격이 그만큼 세던지 아는게 이들보다 더 많아야 한다. 격어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듯.

    각설하고, 오늘은 다섯시에 퇴근해서 기분이 좋다. 😊

     

    퇴근길에 만난 런던 기마경찰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하트 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로그인 없이도 눌러집니다. 😀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