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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개발자: 영어는 얼마나 중요한가?
    해외취업이야기 2019. 10. 3. 15:49

    런던 쇼디치의 그라피티 골목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 휴가차 방문하면, 친구들이나 가족, 지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제 영어는 원어민 수준이겠네? 좋겠다!"

    그럴때마다 "아직 겨우 일하는데 지장 없는 수준이다" 라는 대답을 하곤 했다. 사실 늘 그래왔고 9년이 지난 지금도 영어 실력은 많이 모자란다. 해외 생활 초기에는, "아직 몇년 안되어서.." 라는 핑계로 스스로 위로했고, 지금은 "어차피 원어민은 될 수 없지.." 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아마 앞으로 10년을 더 살아도 영어 실력이 얼마나 더 늘지는 모르겠다.

    영국에 처음 올 때 IELTS 점수가 6.5 였다. 그다지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IELTS 라는 시험의 특성상, 목표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공부를 하면 할 수 록 실질적인 영어실력이 향상됨이 느껴졌었다. 영국 취업을 다짐하며 1년도 되지 않는 기간동안 준비한 영어였고, IELTS 시험 준비는 3개월 밖에 하지 않았었는데 실력이 일취월장 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는 앞으로 다가올 영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사라지고 기대와 자신감이 커져 가곤 했다. 그때 생각하던 나의 10년 후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확실히 "원어민 급"하고는 거리가 멀다. ㅎㅎ

    매년 느끼지만, 영어는 항상 자신이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에서 만큼은 내가 영어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내비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해 왔다. 업무를 수행 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수단인 언어가 부족함은 분명 커다란 핸드캡이다. 그리고 언어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고용한 회사 (면접관)도 당연히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한 것을 인터뷰 과정에서 파악했음에도 그 사람을 고용한 회사는, 두가지의 (아마도) 세가지 가능성을 두고 결정을 한 것이다.

    • 첫째, 뽑고자 하는 포지션과 연봉에 비해서 실력과 경험이 월등하다.
    • 둘째, 성격과 태도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열정이 훌륭하여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사람이다.
    • 셋째, 영어 실력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향상 될 것이다.

    보통 해외에서 취업하는 한국 사람들은 "첫째"와 "둘째"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에서 인터뷰어로 여러 엔지니어들과의 면접을 진행 해 보았지만, 저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지원자는 정말 흔하지 않다. 과연 여러분이 면접관이라면 영어가 딸린다는 이유로 이런 지원자를 외면 할 수 있을것인가? 한국에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유학생들 중에서도 "놀고 있는 원어민들이 널렸는데 영어도 못하는 외국인을 왜 뽑아 주겠어?"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 해 보면, 영어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특히 엔트리 레벨이나 그 다음 단계 에서는 더더욱. 블로그를 통해서 늘 해외 취업에 너무 겁먹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셋째" 조건은 사실 그렇게 빠르게 충족 되지 않는다. 나만의 성격인지 한국인의 성향인지 판단 내리기는 어렵지만,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영어 실력이 향상 되는 만큼 나의 입지도 변하게 마련인데, 예를 들면 승진을 하거나, 더 큰 회사로 옮기거나,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하는 포지션에서 일하게 되거나 하면서 끊임없이 내가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고, 업무 성과를 내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영어다.

    나의 경우도 생각보다 상당히 오래 걸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나의 게으름이었다. 지난 9년간, 예전에 IELTS 공부를 할 때처럼 열심히 했다면 아마 지금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해외에서 생활하다보면 한국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이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한국 TV나 영화, 음악, 그리고  한국 사람들과의 수다가 정말 소중하다. 특히 회사에서 9시간 넘게 영어에 노출되어 긴장속에서 지내다가, 집에 오거나 한국인 친구를 만나서 원어민 코리안의 유창한 수다를 털면 그 쾌감은 상당하다. 특히 해외 생활 초반에는 그게 상당히 크다. 그러다보니 퇴근 후 영어 공부를 한다는것이 보통 의지로는 쉽지 않다.

    지금은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특히 개발 관련 미팅을 리딩하는데에는 언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것은 없다. 이 말은 좀더 정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영어를 아주 잘해서 미팅 전체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하지만, 그냥 평이한 수준으로 미팅을 리딩하고 내 설계를 이해시키고 피드백을 반영해서 일을 배분하고 프로젝트를 완성 단계까지 끌고 가는데 "언어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부족함이 잘 보이지 않게 되니 한발 더 나아가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차원인데, 한국어로도 그다지 달변가이지 않고, 카리스마도 부족한 내가 세컨드 랭귀지인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 하는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주도 하는 것은 의도가 아닌 과정과 결과여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우선 잘 들어야 한다는것과 일맥 상통 한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영어권 국가에서는 더 발전 할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낭과 캐리어 하나 끌고 영국에 와서 처음 취업 했을 때 적은 글이 있는데 풋풋함이 느껴진다.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싶다.

    https://www.steeme.com/42?category=703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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