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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HSBC 은행의 수수한 지점장
    해외생활이야기 2012. 5. 16. 23:27

    중요한 은행 업무가 있어서 지난주에 예약을 했었는데, 오늘이 상담 날이었다. 그런데 뱅커가 말하기를, 오늘은 지점장이 들어와서 앉아있을거라고 했다. 지점장이 한달에한번 모든 뱅커들의 상담 과정을 체크하는데, 오늘이 그날이라고 한다. 이윽고 지점장아줌마가 들어왔는데, 인상 좋고 나이 많은 아줌마였다.


    거의 한시간 반동안 뱅커랑 상담을 하는동안 지점장은 계속해서 진행사항을 노트에 적고 있었다. 가끔 뱅커가 잘못하거나 하는건 바로바로 설명해주면서 웃는 표정으로 계속 있었다. 거의 2시간에 걸친 긴 업무가 끝나고, 뱅커가 잠시 마무리 업무를 하러 자리를 비운사이, 지점장 아줌마랑 한참 수다를 떨었다.


    25년째 HSBC에서 일하고 있는데, 수많은 Branch들을 다니다가 Chandler's Ford로 오게 되었고, 이제 곧 정년퇴임이라 이곳이 마지막 Branch가 될거라고 했다. 지점장이 이런 일반 업무에 참관하는게 상당히 인상깊고 보기좋다고 하니, 업무가 잘 돌아가고있나 보려면 당연히 참관해야되는거 아니냐면서 웃었다. 자기는 창구가 비면 자기가 직접 창구에도 들어가고, 지저분하면 직접  청소랑 정리도한다고 한다. 지점 직원이 하는일들은 자기도 25년간 한번씩 다 거쳐온 일들이라 어떻게 하는지 다 알고 있고, 알고 있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중간에 여행자보혐 관련 업무를 하다가 여행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 여름에 이탈리아에 간다고 하니까, 베니스에 대해서 침이 튀기게 극찬을 하면서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한가지 믿기 힘든 것 중 하나는, 그 지점장의 연봉이 나보다도 적다는 것이다. 그래도 즐겁고 보람있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성실하고 현업에 충실하며 직원들 관리에 철저하고 나같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손님과도 한참 즐겁게 수다를 떨던, 25년 경력의 현직 지점장을 보면서 한국의 은행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한참  했다. 한국에서 나같은 평민이 어디 은행 지점장과 대화라도 나눌 기회가 있던가? 마치 특권층인 것처럼 만나기 힘든 사람중 하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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