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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자일(Agile)/스크럼(Scrum)
    해외취업이야기 2014. 1. 28. 00:49

    Agile/Scrum 개발론을 철저히 따르는 팀에서 일한지 3년 반이 지났다. 우리 팀에는 심지어 "Scrum Room"이라고 적혀있는 팀 전용 회의실이 있을 정도로, 꽤 오랫동안, 내가 입사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 방법론을 따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었다고 한다.


    우습게도, 한국에서 일할때에도 애자일이라는 용어는 몇번 들어봤으나 그냥 실험적인 이론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스크럼이라는 용어는 더더욱 생소할수밖에 없었다.


    처음 입사했을때, 아침마다 "Scrum Room"에 모여서 독특한 방식으로 프로젝트 플래닝을 하는것이 참 신기했었다. 


    "데체 스크럼이 뭘까? 방 이름 참 독특하네.." 

    "우리 매니져 좀 기발한것 같아. 프로젝트 관리 방법이 독특하면서도 꽤 효율적이네..?"


    그냥 나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다. 인터뷰때에도, 애자일/스크럼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입사하고 나서도, 그리고 1년이 넘게 지날때까지도, 우리팀의 프로젝트 관리 방식이 뭔지도 모르면서 맹목적으로 따라하기만 했다.


    어떻게 보면, 아이가 무언가를 익히듯이, 어떠한 사전 지식도 선입견도 없이 이 개발방법에 익숙해져 갔고, 이 모든 루틴이 몸에 많이 익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을때 즈음에 구글에 "scrum"을 검색해 보게 되었다 (사실 우리 회의실 이름의 유래가 뭘까 하는 궁금증에서였다). 그러면서 애자일, TDD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어느정도는 천둥벌거숭이 수준을 벗어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어떤 동료가 함께 애자일 교육에 가자고 해서, 호기심에 2일짜리 교육을 신청하였었다. 회사가 워낙 교육에 관대하다보니 사실 여러가지 교육을 더 자주 들었어도 됐을텐데, "아무리 회사돈이라도 아끼는게 예의다" 라는 한국식 마인드가 아직까지도 깊이 박혀있는지라 그동안 되도록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다보니 600달러밖에 되지 않는 교육이었지만 한참을 망설이고 매니저에게 몇번이고 고맙다고 말을 하고는 신청했다.


    약간 예상은 했었지만, 클래스에 참석해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매니져들이었으나, 시니어 레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나까지 2명 있었고, 테스트엔지니어 3명도 포함 되어 있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프로그래밍과 전혀(!) 상관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리고 수업 진행 방식도 굉장히 창의적이고 이해하기 쉬워서, 애자일 방식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경험이 없는 나에게도 아주 흥미로웠다. 그동안 경험으로만 이해하던것들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잘 할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특히 두가지 부분에서 잘못 생각하던것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버그리포팅이고 두번째는 코드리뷰이다. 나는 그동안 애자일/스크럼에 기반해서 일을 하면서도, 내가 만든 버그나 내 로직과 관련이 깊은 버그에만 책임을 느끼고 실제로도 남에게 미룬적이 많았다. 테스터가 어떤 기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때 "이건 존이 만든거니까, 존에게 물어봐줘. 존이 더 잘 설명해줄거야" 라고 대답한 적이 참 많았다. 이건 스크럼 방법론에 완전히 위반되는 행위였다는걸 나는 이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한동안은 더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것이다.

    이런 태도는 코드 리뷰할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난 나에게 직접적으로 할당된 코드만 열심히 리뷰하곤 했었다. 내가 그저 참조로만 들어가있는 리뷰는 슬적 닫아버리곤 했다. 바쁜데 어떻게 다 들여다보느냐 하는 생각이었고, 당연히 내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스크럼에서 제안하는 방법과 어긋난다. 모든 팀 멤버는 모든 코드 변화의 리뷰에 동참해야 한다는것은, 스크럼의 기본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돌아왔을때 매니져 앤디가 물었다 (앤디는 프로덕트 오너 역활 일부와, 스크럼 마스터를 겸하고 있다 - 는것은 교육 이후에 비로소 명확히 알았다 ㅎㅎ).

    "교육에서 얻은게 있나?"


    내 대답은, 짧았다.

    "내가 팀 멤버로써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두가지 찾았고, 니가 스크럼 마스터로써 매일매일 무슨일을 하는지 이제 더 잘 이해하게 됐어."


    앤디는 더이상 묻지 않고 한마디와 함께 웃었다.

    "그거면 충분해!"


    작은회사에서든 큰회사에서든 배울수있는건 항상 있다. 한국을 떠난 후 나의 C++ 은 아쉽게도 그다지 일취월장 하지 못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애자일/스크럼/TDD/CI 방식을 습득한건 참 괜찮은 수확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만약 한국에 돌아간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팀을 리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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