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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취업이 능사일까?
    해외취업이야기 2013. 2. 26. 21:00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을 사랑하고,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은 수준 높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들중 일부는 운과 실력이 맞아들어가서 더 좋은 직장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꿈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프로그래머로써의 자부심을 잃은지 오래이고, 현 직장에 대한 푸념과 치킨집에 대한 농담으로 아까운 시간을 채워 가고 있다.

     

    상사에 치이고, 동료에 치이고, 갑질하는 몹쓸것들에게 치이는것도 모자라서, 업무 강도와 시간에 비하여 금전적인 보상이나 사회적 지위는 점점 떨어지니 틈틈히 치킨 튀기는 법을 공부하거나 황금빛 미래를 꿈꾸며 스마트폰 앱 제작 같은것에 매진하다가 밤을 새서 회사에서 꾸벅꾸벅 조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스스로가 그 분야를 공부했고 그 직종을 선택했고 그 회사를 선택 했으니,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 그냥 수능을 다시 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가끔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일까, 실력 있(다고 스스로 자(만|부)하)는 프로그래머들이 해외 취업에 관심이 많다. 해외에서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위상과 금전적 대우가 첫번째 이유이고, 그 다음은 쪼지 않는 업무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영국에와서 일하며 느낀점은 한국에서 상상하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일정 세우는 부분에서는, 매니져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개발자가 정한 일정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례1>

    앤디(매니져): 자 이 일 누가 할래? 이안 니가 함 해볼래?

    나: 좀 바쁜데. 나중에 다른일 맏을게.

    앤디: 그래 걱정말고 하던거에 집중해.

     

    <사례2>

    앤디: 이안, 이부분 니가 맏으면 얼마나 걸릴거같애?

    나: 3일안에 해볼게.

    앤디: 그럼 예외상황 대비해서 5일로 잡고 그 1.5배 해서 일단 7일로 일정 내 놓을게.

     

    <사례3>

    앤디: 이안, 이거 어떻게 되가?

    나: 내부적으로 오류가생겨서 좀더 걸릴것 같애. 언제끝날지 모르겠어.

    앤디: 응 천천히 해결해. 도와줄사람필요하면 말해.

     

    <사례4>

    앤디: 지금 고객사에서 급하게 신규기능을 원하고 있어. 최대한 빨리 론칭하고싶어해 얼마나 걸릴까?

    ..... 컨설턴트&개발자&테스터 모여서 회의 2주정도 한 후 ....

    우리: 1년정도 걸릴거 같애.

    앤디: 알았어. 고객사를 설득해 보고 안되면 캔슬 할게.

     

    물론 일정을 쪼지 않는 만큼 그 책임도 개발자의 몫이 되는것이고, 성과를 만드는것도 개발자의 몫이 되는 것인 만큼 일부로 일정을 느슨하게 내세운다거나, 프로젝트를 줄이기 위해 터무니없이 부정적인 예상안을 도출하거나 하는 일은 당연히 없다. 모두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환영하며, 어떻게든 현실적인 계획안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세상은 아름답기만 한건 아닌가보다.

    얼마전 캐나다의 Cogeco라는 2등 케이블방송 업체(한국으로 치면 LG 데이콤 정도 되려나요 잘 모르겠네요 @.@)로 출장을 갔었다. 내가 거기서 본 모습은 정말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Cogeco의 매니져들은 한국의 빌어먹을 갑질하는 인간들과 언행과 눈빛이 흡사했다. 중간에 말 끊고 자기 할말만 하고, 언성을 높이고, 마치 윗사람인냥 대했다. 

     

    인코더를 납품한 미국 회사 RGB에서 온 매니져는 계속 헛소리만 하고 말 돌리고, 변명하고 높은사람이 와서 아부하고 개발자 탓 하고 난리 부르스였다. 개발자들은 마치 꼭두각시인듯 외워서 말하는것 같은 말만 계속 되풀이 하고 있었다. o.O

     

    인도와 이스라엘에서 셋탑박스 지원차 온 우리회사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서 계속 둘러대기만 하고 오랜 출장에 대한 불만만 표출해 댔다.

     

    미국에 있는 시스코네트워크쪽 부서는, 멀티캐스트 이중화 관련 요청에 대해서 라우터 단에서 분명히 될만한 것들도 일단은 지원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버리는 바람에 일이 더 커지게 됐다.

     

    울회사 캐나다지사에서 온 프로젝트매니져 캐빈은, 기술적인걸 하나도 몰라서 주변사람들 들들 볶는데 아주 한대 패주고 싶었다. 자기가모르는거 나오면 살살거리며 물어보고, 대충 알고나면 쌩깐다. Sorry와 Thank you를 못배웠는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캐빈 밑에서 일하는 애릭은, 말은 청산 유수인데 틀린게 반이고 나중에 틀린거로 지적하면 말바꾸면서 오히려 발끈하는 스타일이었다.

     

    로그만 열심히 보내주면 영국에서 분석해주면 될걸 왜 사람을 거기까지 날아가게 만드나 했더니, 딱 보니까 알겠드라. 내가 예전에 전문연 시절 KT에 출장가서 일할때 보던 광경이랑 비슷했다. 결국 우리팀에서 다 분석해서 보내주니 케빈이 자기와 자기 밑에사람들 업적인양 포장해서 메일을 뿌리드라. 양심적인 케빈 부하직원 더그가, 자기들은 한게 없으니 UK 팀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전체 답신 메일을 돌리지 않았다면 진정 분노 할 뻔 했다.

     

    영국에서 한 회사에만 있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캐나다 출장 이후로 상당히 고맙게 느껴진다. 외국이든 한국이든 정도의 차이일 뿐, 만나는 사람들과 들어가는 회사에 따라서 업무 분위기와 강도가 천차만별인것 같다. 

     

    해외 취업 준비하고 계신 분들은, 현지에 가셔서도 부디 좋은 선택을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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