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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지 않은 길
    해외취업이야기 2012. 11. 26. 20:08

    미국지사는 이미 완료 되었지만 영국지사는 아직 Cisco on boarding 의 막바지에 있다. 이번주 내로 새로운 Contract이 나오고, 검토후에 사인만 하면 1월부터는 새로운 계약으로 다시 시작한다.


    요즘 이런 저런 미팅과 설명회로 일에 방해가 될 정도이다. 툭하면 컨퍼런스룸에 모이고, 툭하면 온라인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등 귀찮은 상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마디로 "다 좋아지는거야. 걱정할 것 없어. 불만은 다 해결해줄게." 라는 식의 설득(?) 과정을 거치는데, 매우 합리적인 방법으로 오랫동안 진행되는 모습은 신뢰가 가지만, 나는 원래 그런거 별로 관심이 없어서 지루할 따름이다. 그냥 연봉이나 올려주지.


    며칠전 매니져 앤디가 팀원을 회의실로 불러서는, 우리팀 핵심 멤버 그램이 퇴사한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일도 지루하고, 시스코로 가는것도 싫어서 다른 회사로 간단다. C++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온갖 소스를 템플릿으로 덮어놓는 바람에 몇몇 사람들을 고생시키기도 하는 녀석인데, 실력이 워낙 좋아서 못갈 곳이 없을것 같긴 하다. 저렇게 쿨하게 퇴사 할 수 있는건 역시 실력이 있기 때문이겠지.


    덕분에 나도 마음이 이래저래 흔들린다. 가장 큰 이유는 프로젝트가 장기화 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흥분됨을 느끼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내 나이 때에는 강제로라도 더 열심히 사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너무 느슨해지고 나태해 진것 같아서 어디 전쟁터 없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요새 마음이 안잡히는 또하나의 계기가 있다. 내가 일하는 오피스는 런던이 아닌 사우스햄튼에 있다보니, 90%가 영국인이다. 이점은 나같은 외국인에겐 상당히 불리하다. 미팅에서의 맹 활약도 힘들고, 프로젝트를 주도할 기회를 잡기도 힘들다. 원어민들이 대다수인 회사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절대 중요한 시기에는 핸들은 나에게 쥐어주지 않음을...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어민수준이 아닌이상에는 큰 페널티가 있다.


    어제 오랜 친구를 만났다. Peter라는 친구인데, 예전에 NDS에 다니다가 Bloomberg LP 런던지사로 이직한 더치(네덜란드)인이다. 만나서 맥주를 마시면서 NDS 이야기와 Bloomberg 이야기를 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능력을 중요시하는지, 어떤 분야가 크리티컬 하여 그쪽 전문가가 필요한지, 무엇을 배우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를 더 필요로 하고, 내가 더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회사는 Bloomberg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들어가기는 엄청나게 어려운 회사라서, 나같은 수준의 인간은 몇달은 머리 싸매고 준비를 해야 한다만.


    올생각 있으면 적극적으로 추천해줄테니 지원 해보라고 하며 헤어졌는데, 고민이 많이 된다. 기회가 왔을 때 한시라도 빨리 주마가편을 하는게 정답인 것 같지만, 음울한 영국의 겨울을 익숙하고 안정된 곳에서 무사히 보내고 싶은 마음도 너무 크다.


    익숙한 길과 새로운 길. 어렸을 때는 주저없이 새로운 길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고민을 하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딱 이번주 까지만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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