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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일했던 스타트업: 멘로 시큐리티
    해외취업이야기 2020. 12. 16. 08:19

    이런 스타트업 말구요..

    요즘 스타트업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서 서달미와 남도산을 보며 눈을 정화하고 있는데.. 어린 나이에 잘나가는 저들을 보며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

    블로그를 꾸준이 봐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아마존 입사 전에 스타트업에서 2년 정도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멘로 시큐리티(Menlo Security)라는 스타트업이었지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유럽향으로 확장하면서 영국 레딩에 새로 엔지니어링 팀을 만드는데 합류 했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에 아마존으로 이직 했지요. 2년치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나머지 2년치 스톡옵션은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습니다. 당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모두 오라클과 시스코 출신이었는데 링크드인을 보면 아직도 다니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멘로 시큐리티는 처음에 영국에 엔지니어링 팀을 만들 당시인 2015년에 Series B 펀딩을 갓 마친 후였습니다. 저는 그때만 해도 스타트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처음 컨택이 왔을 때 부터 입사할때까지 이게 정말 잘하는 선택인지 수많은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 엔지니어링 디렉터를 만나러 갔을때, 정말 아담한 방 한칸에 영국애들 네명이서 둘러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매우 신기했습니다. 심지어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은발의 아저씨였는데 오라클에서 26년동안 일하고 Engineering Director 자리에 있던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은 오라클의 Senior Principal Engineer 였구요. 오라클에서 만났다면 별로 이야기 나눠 볼 기회도 없었을만한 분들인데 나를 인터뷰 하겠다고 전화도 하고 따듯하게 반겨주며 커피도 타주고 하는 모습이 조금 비현실적이었죠. ㅎㅎ

    스타트업 펀딩 라운드

    Source: carocked.wordpress.com/2016/06/26/fundraising-stages-for-startup/

    멘로시큐리티는 보안기술 특허를 가지고 시작한 회사인데, 사용자의 브라우저와 웹서버 사이에 컨테이너를 두고 클라우드에서 모든 렌더링을 처리하는 기술에 특허가 있습니다. 이 분야가 보안 분야에서 매우 핫한데 특허까지 있으니 사실 이 회사는 꾸준히 성장 할 수 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경쟁 업체중 이미 도산한 회사도 많고 투자금 부족으로 흡수 인수된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멘로가 가진 특허로 보호된 기술을 쓰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개발해서는 동일한 효율을 내는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 있습니다.

    멘로시큐리티는  2015년 6월에 380억 투자를 받고, 그후 2016년 2월에 JP Morgan 으로부터 비공개 투자를 또 받았습니다. JP Morgan이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회사가 하루하루 성장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죠. 대형 은행들과 금융권 기업들에 멘로시큐리티 제품이 들어가면서 승승장구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게 스타트업이구나 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꼈죠.

    그러다가 제가 아마존 리쿠르터한테 연락을 받게 되고, 한번 보기나 하자 하며 본 인터뷰에 합격을 해 버리는 바람에 멘로를 2017년 9월에 멘로시큐리티를 떠나게 되었네요. 아마존 오퍼를 받은 후에도 멘로시큐리티를 떠날지 말지 수십번 고민을 했었습니다만, 환경을 바꿔야 발전하는 나의 성향을 잘 알기에 눈 딱 감고 퇴사를 결심했네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를 챙겨주던 존 (은발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은 제가 퇴사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속상해 했습니다. 연봉이 문제면 아마존 연봉에 맞춰주고 프로젝트가 지루하면 다른 프로젝트를 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울컥 하더라구요.

    퇴사 후, 멘로의 성공을 굳게 믿고있었기에 저의 스톡옵션을 행사했죠. 살수 있는 모든 스톡을 구입 했습니다. 그후 2017년 12월, 제가 퇴사한지 3개월 만에 멘로는 Series C 펀딩으로 435억을 투자 받습니다. 제가 퇴사한게 도움이 될걸지도..(ㅜㅜ) 이때는 멘로가 곧 상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죠. 하지만 멘로시큐리티 뉴스를 검색해볼때마다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의아했습니다.

    거의 2년만인 2019년 7월에 멘로시큐리티는 Series D펀딩을 받게 됩니다. 이때는 816억 규모였습니다. 역시나 JP Morgan이 참여했구요. 사실 Series D 펀딩은 그렇게 좋은 시그널은 아닙니다. Series C 펀딩부터 이미 스톡 dilution 이 많이 된 상태라서, 이때 상장(IPO) 할 수 있으면 상장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Series C에서 down round 가 발생하여 상장하기 어려운 경우 (e.g. 상장해봐야 유의미한 투자금을 뽑을 수 없다고 판단) Series D 를 거치게 됩니다. Series D로 회사를 더 키워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회사를 더 키우기 위함이죠. 밴처캐피탈들이 원하는 수준의 회사 가치를 이뤄내기 위해 회사에 채찍질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멘로 시큐리티는 지난 2020년 11월에 Series E 펀딩을 받았습니다. 이번 라운드 투자금은 1100억 규모였습니다. 이로써 멘로 시큐리티는 도합 2830억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순수 투자금액으로는 절대 작은 양이 아니죠. 스타트업이 Series E에 도달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케이스이고 대부분 상장 직전 마지막 라운드가 됩니다. 하지만 Series D와 Series E 모두 down round인 경우라면 안좋은 시그널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상장이 어려울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내부 사정을 모르고는 확실한 판단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멘로에서 일했던 경험, 함께 일했던 엔지니어들의 수준, CEO와 리더쉽들의 레벨, 멘로의 기술력이나 해당분야 특허 보유를 고려하면 아마 1~2년 내에 인수 혹은 상장이 될 것 같습니다. 멘로시큐리티 CEO 또한 이번 라운드가 마지막 펀딩이고 다음은 IPO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 말처럼 좋은 소식이 오면 좋겠네요. 멘로시큐리티가 상장하는 날에는, 26년을 일한 오라클을 박차고 나와 허름한 스타트업에서 도전을 시작한 영국신사 존의 활작 웃는 모습을 보러 고급 와인 한병 사들고 멘로시큐리티 오피스로 놀러 갈 겁니다. 😊

    아래 차트를 보시면, 미국 스타트업들의 생존율을 대략적으로나마 알수 있습니다.

    전체 스타트업중 각 펀딩라운드에 도달할 확률

    Source: techcrunch.com/2017/05/17/heres-how-likely-your-startup-is-to-get-acquired-at-any-stage/

    언젠가 멘로시큐리티가 상장했다고 글 쓸 날이 오면 좋겠네요.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이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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